1. 심리적으로 너무 힘들었던 2월. 좋은 사람과 애써 더 많이 만나려고 했고,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스스로를 위로하려고 노력했다. 뭘 하든 생각이 다 '사는 게 의미 없다'로 귀결돼서 어떻게 해도 우울함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사실 아직도 기분이 계속 롤러코스터라 이번 봄은 계속 시릴 것 같다. 일에서 너무 많은 의미를 찾으려고 해서 자꾸 불행해지는 것 같다. 행복이 대단한 성공이 아니라고 계속 상기하지만, 아무것도 남지 않는 노동은 버겁고 너무 괴롭다. 





2. 추운 겨울에는 잔잔하고 따뜻한 노래를 듣게 된다. 정승환의 눈사람은 진짜 취향저격. 아이유와 김제휘 조합은 항상 옳다. 사랑하는 태연과 늘 기대하며 듣는 청하도 역시 상위권에 있다. 수지 앨범에서 다른사람을 사랑하고 있어랑 잘자 내 몫까지는 진짜 수지 음색과도 잘 어울리고 지금 계절에도 딱이다. 모든 계절 내내 듣는 심규선 노래도 두 곡이 있고, 걸그룹 중 요즘 제일 좋아하는 레드벨벳도 있다. Lasse Lindh의 C'mon Through는 책 읽을 때 많이 들어서 매달 순위에 뜬다. 한참 핫했던 Havana oh na na로 마무리!


 



3. 『코코』 본 날. 역시 픽사라는 말이 절로 나왔던 영화. 삶의 의미를 잠시나마 찾게 되었다. 죽음이라는 무겁고 어두운 끝을 따뜻하고 유쾌하게 '삶의 연속'으로 재해석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기억되는 것이 얼마나 의미 있는지 새삼 느끼게 되었다. 영상도 너무 아름답고, 음악도 정말 좋았다. 미구엘 얼굴은 망쳐서 레모나로 가려버림 ㅠㅠ



 


4. 전시 『망각에 부치는 노래』 

 




5. 주말의 익선동은 너무 북적여서 커피 한 잔 마시기도 힘들었다. 그 와중에 친구가 플라워카페에서 꽃을 사줬다. 옛날에 꽃은 예쁜 쓰레기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꽃을 받으면 너무 기쁘다. 꽃 한 송이가 있는 것만으로도 집이 생기 있어 보인다. 너무 기분이 좋아서 다음에는 내가 친구들에게 꽃을 선물하게 될 것 같다.





6. 영화 『베스트 오브 미』. 옥수수에서 무료로 풀어줘서 봤는데, 뻔한 내용을 이렇게 사랑스럽게 풀어낼 수 있다니... 아름다운 배경과 음악, 연출 덕분에 사랑하고 싶어졌다. 그치만 사막 같은 내 마음에 봄바람이 불어봤자 황사겠지 뭐. 순수한 사랑이 너무 그립고, 사랑할 수 있는 용기가 부러울 따름이다. 




7. 벌써 3월이 반쯤 지났는데 여전히 감정 상태가 엉망이다. '괜찮다'고 나를 위로하는 방법을 모르겠다. 맛있는 걸 먹고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도 집으로 돌아오면 곧장 기분이 나빠진다. 기분이 너무 오락가락해서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 그냥 사는 게 다 그런 건데 왜 나만 유난인지 모르겠다. 3월 목표는 보통의 기분 유지하기. 반은 실패했는데 남은 기간만이라도 좀 평온해지고 싶다. 별로인 기분이 만성적인 우울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8年 02月 다이어리  (0) 2018.03.15





"우리한테 영혼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도 있었나요?"  p.357


인간에게 영혼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 우리는 인간이 사랑할 수 있고,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데 의문을 품지 않는다. 인간이라는 존재의 아주 당연한 특성 중 하나라고 생각할 뿐이다. 그러나 인간이 아닌 클론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인간은 장기 이식을 목적으로 복제된 클론이 그들과 동일하다고 믿고 싶어 하지 않는다. 클론을 사육해 의료 목적으로 사용하고 싶어 할 뿐이다. 가즈오 이시구로의 『나를 보내지 마』는 아주 담담하게 인간과 조금도 다를 것 없는 클론들의 삶을 그려낸다. 


책은 캐시가 간병사 생활과 어린 시절을 보낸 '헤일셤'을 회고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헤일셤은 클론을 교육하는 기숙 학교로, 등장인물인 캐시와 토미, 루스가 성장기를 보낸 곳이다. 캐시가 회고하는 헤일셤은 복제 인간에 대한 직접적인 단서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평범하다. 학창 시절에 겪을 법한 사건과 갈등, 고민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헤일셤을 벗어나 코티지로 간 후 그들은 모두 같은 운명을 받아들이게 된다. 간병사로 일하다 네 번의 장기 기증을 하고 생을 마감하는 것. 


형식적으로는 디스토피아적 과학 소설이지만, 『나를 보내지 마』는 그 법칙을 전혀 따르지 않는다. 운명을 거부하는 스펙터클한 모험 대신, 아주 섬세한 심리 묘사를 통해 클론들의 삶을 추적해 간다. 기증이라는 운명을 받아들이면서도 존재에 대해 의문을 품고, 주체적인 선택을 꿈꾸지만 끝내 주어진 삶의 목적에 순응하는 클론의 숙명. 사소한 감정 변화도 놓치지 않는 가즈오 이시구로의 서술을 따라가다 보면 클론의 윤리적 문제를 넘어 인간의 영혼과 창조성, 존재 가치와 존엄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마치 왔다가 가 버리는 유행과도 같군요. 우리에겐 단 한 번밖에 없는 삶인데 말이에요." p.365


그리고 결국 자신의 삶을 사유하게 된다. 단 한 번밖에 없는 삶을 우리 또한 주어진 대로 살고 있는 지도 모른다. 자각도 없이 헤일셤을 지나 이미 코티지에 도달했을 수도 있다. 이처럼 스스로의 삶을 성찰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소설은 큰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인간의 창조성은 의심을 품고 고민하는 것에서 비롯되므로...




밑줄 긋기



+ Recent posts

티스토리 툴바